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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회 나오키상 후보

본격 심령 서스펜스

한줄평: 사랑스러운 그녀

★★★★


줄거리

마쓰다는 일류 잡지사 사회부에서 기자로 근무했다. 그러나 아내가 죽은 뒤, 계약기자로 일을 한다. 직장 상사 나카시니는 마쓰다에게 제보와 함께 심령 특집 기획을 맡긴다. 마쓰다는 여러 제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 장의 사진에 의문을 느낀다. 골목길에서 유령 사진이 찍힌 시점과 열차의 비상 정지가 늘어난 시점이 비슷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마쓰다는 그 사진을 더 깊이 파고들었고, 1년 전에 한 여성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살인 사건과 심령사진의 연관성이 높아만 지는데.... 마쓰다는 과연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인가.


<13계단><제노사이드>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소설 속에 녹아 있는 사회적 문제를 깊이 있게 녹여내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 작가가 11년 만에 출간한 <건널목의 유령>을 안 읽을 수는 없지요.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저 열차를 탔다면 그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 (348)

 

소설에서 그 사람은 한 여성입니다. 마지막까지 그 사람 혹은 그녀로 지칭됩니다. 이름을 끝까지 밝히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개인이 아닌 여성이라는 집단의 삶을 대표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여성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성장과정이 평범함과 거리가 먼 여성을 뜻합니다. 그녀의 생애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그녀는 병약한 어머니를 두고 아버지를 따라 오사카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강요로 자신의 몸을 팔았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하고 양호시설에서 보호를 받다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을 떠납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매춘을 시킨 아버지로부터 그녀는 어떤 세상을 배웠을까요? 살기 위해 버티는 세상이 아니었을까요? 저자는 그녀의 어린 시절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습니다. 그저 오사카의 생활이 가혹했고, 아버지가 매춘을 시켰다는 몇 마디 대사로 언급할 뿐입니다. 이 점이 상상을 자극합니다. 그런 아버지라면 교육도 똑바로 시키지 않았을 거라는. 그렇다면 평범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아버지가 박탈한 셈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별로 없었겠지요. 결국 다시 아버지의 강요로 했던 일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겪은 경험을 토대로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저 살아가고자 노력했던 그녀에게 편견, 선입견, 소문이 쏟아집니다. 그 시선들을 감내하며 무엇을 떠올렸을까요? 아마 어머니 아닐까요? 자신이 떠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낼 어머니를 생각하며 버티었을 겁니다. 어머니의 행복, 그것이 그녀의 빛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힘들 때 빛을 바라보며 삶의 이유를 되새겼을 겁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 빛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그녀의 의지가 안타깝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불행을 선택했던 그녀가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저자 소개

다카노 가즈아키

1964년 도쿄 출생. 200113계단으로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1년 출간된 대작 제노사이드로 야마다 후타로상과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랭킹 1위와 일본 서점 대상에서 2위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다. 2022, 제노사이드이후 11년 만에 출간한 장편 소설 건널목의 유령으로 이듬해 제169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