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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부 넘게 팔린 밀리언셀러

존재로는 부족한 사랑의 대물림

★★★★★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고백>을 필두로 국내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모성>2013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가 절판됐습니다. 2023<모성>이 다시 새로운 표지와 번역이 우리 곁에 왔습니다.

 

제일 눈에 띄는 변화는 표지입니다. 2013년도 버전을 먼저 살펴볼까요? 소파 등받이에 소녀가 앉아 있습니다. 소녀는 기다란 꽃을 들고 있습니다. 꽃이 불에 타오르고 있군요. 소파 아래에는 불이 붙은 꽃이 떨어져 있습니다. 외할머니, 어머니, 딸 이 셋이 관계를 드러냅니다. 이 셋을 관통하는 힌트로 불이 등장했습니다. 책의 내용에 꽤나 충실한 표지입니다.

 

이제 2023년도 버전을 구경해 볼까요?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꽃송이를 쥐고 있습니다. 꽤 기하학적입니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안고 있는 듯도 합니다. 두 사람이 각각 꽃송이를 쥐는 듯도 보이고, 꽃송이를 쥔 한 명의 손을 다른 한 명이 감싸는 듯도 보입니다. 제목을 봤을 때, 꽃송이는 어머니이고, 두 여자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싶은 딸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책을 다 읽은 뒤 어떤 표지가 더 잘 어울리는지 비교하는 맛도 쏠쏠합니다.


줄거리

딸이 자기 집 정원에 쓰러져 있다고 신고한 어머니. 사람들은 어머니가 딸을 죽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비난을 쏟아냅니다. 어머니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딸을 애지중지 키웠는지 과거를 말합니다. 그 과거를 어머니와 딸이 교대로 이야기합니다. 과거는 11년 전에 발생한 사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1년 전에 겪은 사고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2022년도에 일본에서 <모성>이 영화로 개봉했습니다. 토다 에리카, 나가노 메이가 주연으로 출연했습니다. 미나토 가나에 마마니아인 저는 영화가 개봉하기를 바랐지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예고편을 돌려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달래야 했지요. 그저 리커버된 도서가 출간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짜로 리커버 버전이 나왔습니다. 출간 소식을 보자마자 바로 주문했습니다.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읽었습니다. 일단 호칭을 정하고 감상문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딸의 입장에서 외할머니, 어머니, 딸이라고 호칭하겠습니다.

2013년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구절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빠르게 파악하고 실행하는 제가 잔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어머니가 과거를 회상하며 한 말입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과 행동을 해 준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상대방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정은 곧 우정, 사랑 같은 감정으로 치환될 수도 있겠지요.

 

어머니의 욕구 끝에는 늘 외할머니가 존재합니다. 모든 면에서 외할머니가 좋아할 법한 것을 짐작하고 그렇게 말하고 행동합니다. 외할머니가 자신을 사랑하려면 스스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사랑에는 노력이 필요하다고요.

 

결혼을 하고 딸을 낳은 뒤로도 어머니의 행복은 외할머니의 사랑입니다.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사랑을 받고자 딸을 애지중지 키웁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딸이 행동해주기를 바랍니다. 딸을 칭찬하는 외할머니의 말은 곧 자신이 교육을 잘 시켰다는 칭찬이니, 자신의 행복이니까요.

 

물론 날 애지중지했던 건 확실하다. 하지만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았을 거다.

 

딸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의 마음을 압니다. 딸은 자신의 행동을 외할머니가 칭찬할 때 행복해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외할머니의 칭찬을 이끌어 내어서라도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합니다. 내키지 않더라도 어머니가 좋아할 법한 것-외할머니가 좋아할 법한 것-을 짐작하고 그렇게 행동합니다. 딸도 어머니가 외할머니에게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의 사랑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대물림은 왜 비극이 되었을까요? 사랑을 분출할 다른 곳을 찾지 못해서 그렇지 않을까요? 감정은 입장, 환경에 따라 휙휙 바뀝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상대여도 불만은 생깁니다. 불만이 쌓이다 보면 미움 같은 감정이 들겠지요. 그 감정이 폭발하기 전에 서로 불만을 터놓고 말하며 서로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작가 미나토 가나에 인터뷰에 실린 내용을 끝으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개인을 확립하고 각자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희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 정도 참으니 넌 이 정도 참아줘’ 같은 식으로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좋다고 생각해요.
 

미나토 가나에. 1973년 태어남. 2007년 단편 <성직자>를 발표, 29회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고백>을 출간하면서 일본 문단에 '미나토 가나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국내에 소개된 도서는 <고백> <속죄> <야행관람차> <왕복서간> <N을 위하여> <경우> <망향> <고교입시> <꽃사슬> <리버스> <유토피아> <백설공주 살인사건> <포이즌 도터 홀리 마더> <여자들의 등산일기> <조각들> <미래> <이야기의 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