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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정신 바짝 차리자
★★★
핵개인: 효도의 종말과 협력 가족의 진화, AI 최적화 시스템 속에서 생긴 개인을 지칭하는 말. (20쪽)
‘개인주의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족 단위, 학교 친구 단위, 직장 동료 단위 등 어떤 단체에서도 소속되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어떨 때는 ‘아웃사이더’ 같은 말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설령 그것이 자칭이라고 해도 도덕적 문제로 제시되고는 했습니다. 협동, 협력 같은 개념을 공유하지 않는 ‘이기주의자’로 도장을 콱 찍었지요.
그런데 이 개인화가 뜻밖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게 한 것입니다. 혼자 활동하는 사람을 위해 다양한 전략이 쏟아집니다. 마트에서는 소량의 야채나 과일을 팔고, 식당에서는 테이블에 칸막이를 두릅니다. 1인용에 맞추어진 상품도 꾸준히 발매되는 걸 보면 개인을 이기적 존재로 보던 시간이 많이 완화된 듯합니다.
그 개인들이 이 책에서 ‘핵개인’으로 진화됩니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로봇, AI 최적화 시스템의 발달을 중요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AI는 무엇일까요?
AI: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학습, 추리, 적응, 논증 따위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
AI는 쉬는 시간이 없어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체력이 떨어지는 일도 없습니다. 상용화만 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AI의 도입이 수지차산에 맞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업무를 담당하던 인간은 어떻게 될까요? 경제 사회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잃게 될까요?
AI의 검수 역할을 맡게 되지 않을까요? 요즘 어떤 기업이 AI를 활용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테스터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AI 시스템에는 한 가지 약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직접 지식을 제공하지 않는 한 AI는 정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고, 질문의 이해도도 떨어집니다. 데이터 축적을 꾸준히 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AI에게 고도의 지능 활동까지 맡길 수 없는 단계인 셈이죠. 그러므로 AI가 작업한 결과물을 검수해야 할 필요가 생기고, 그 일을 ‘인간’이 맡습니다. 인간의 가치에 부합되는지 최종 결재를 맡게 되는 것입니다.
그 역할을 맡으려면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속해서 새로운 도구, 새로운 기술, 새로운 연결성에 대한 적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143쪽) 이제 패스트패션처럼 순식간에 바뀌는 디지털의 속도를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너무 빠른 변화 속도에 안정화 기간이 짧아지므로 인간의 가치도 덩달아 빠르게 변화합니다. 가치를 무엇에 두고 어떻게 AI를 관리할 것인지 기준을 마련하기도 벅차겠지요.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학습시키는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고요.
어쩌면 AI의 상용화를 포기하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인간과 인간이 대화를 나누면 오해를 풀 수 있습니다. 누구의 잘못인지 낱낱이 따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AI가 들어간다면 어떨까요? AI의 잘못으로 돌리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냥 편리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수많은 도덕적, 윤리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핵개인이 아무리 많이 등장할 시대가 온다고 해도, 위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입니다. AI는 기업이 개발합니다. 수익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를 위해 어떤 방식을 채택할지 개인은 알 수 없습니다. 개인이 자신도 모르게 돈을 지출하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일원이 되는 세상이 올 수 있을지도 않을까요? 정신 바짝 차리고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자 소개
송길영
시대의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이다. 사람들의 일상적 기록을 관찰하며 현상의 연유를 탐색하고 그들이 찾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20여 년간 해왔다. 개인들의 행동은 무리와의 상호작용과 환경의 적응으로부터 도출됨을 이해하고, 그 합의와 변천에 대해 알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는 것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저서로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 《상상하지 말라》, 《그냥 하지 말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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