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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원의 동화
★★★★★
원을 꿈꾸던 때가 있었습니다. 원이 되어 다른 원들과 맞물리며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설령 제가 그 자리를 이탈했을 때, 그 자리는 쉽게 다른 원이 채울 수 있다고 해도요.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별이 빛을 뿌립니다. 저 별처럼 재능을 다듬을 수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별은 처음부터 오각형이었을까요? 오각형보다 꼭짓점이 많았을까요, 적었을까요? 꼭짓점이 많았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사각형에 가까울 정도로 많았던 꼭짓점이 굴러가는 동안 다섯 개만 빼고 전부 닳아 없어진 것이지요. 그 닳아 없어진 꼭짓점을 다시 되살리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신에게 남은 꼭짓점을 더 날카롭고 뾰족하게 다듬은 거지요. 다른 원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서 맞물리지는 못해도, 그 자체로 빛이 나기 때문에 원들에게 길을 밝혀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원이 되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는 빛이 되어주지요.
그런데 제 꼭짓점은 참 웃겨요. 닳을 거면 닳아서 원이 될 것이지, 짧은 선분이 되어 꼭짓점을 유지해요. 선분이 짧으니 다른 원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맞물릴 수 있어요. 그렇게 맞물리다 선분이 길어지면 다른 원이 절 튕기지요. 그러면 또 다시 굴러서 선분의 길이를 짧게 만들고, 다시 튕기고. 이것을 반복합니다. 별처럼 두드러지는 꼭짓점이라도 있었다면 그걸 날카롭게 다듬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고요.
원도, 별도 될 수 없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개척해 놓은 길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때마다 저 같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다들 원이 되기 바빠서 별이 될 생각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번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별빛을 보며 다시 구르자고 결심합니다. 이번에는 다섯 개의 꼭짓점만 남길 수 있다는 믿으며.
저자 소개
쑥
나무로 만들어진 거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목재의 보드라움이 좋아서 목조형가구학을 전공하며 4년 내내 나무를 깎고 갈고 기름칠했다. 종이와 연필이 좋아서 글과 그림을 사랑하게 되었다. 글과 그림은 나무의 생명력을 빌려 탄생한다고 믿는다. 그 글과 그림이 사람에게도 생명력을 불어넣길 바라며 에세이툰을 창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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