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해상도로부터> - ‘나’의 하트는 어디로?

* 본 책에 수록된 소설 중 <위시리스트♥>의 리뷰를 작성합니다.

한줄평: ‘나’의 하트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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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나는 온라인 쇼핑을 좋아한다. 충동적으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넣는 게 아니다. 상품 상세내역, 다른 이의 리뷰 등을 철저히 비교해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물건만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그 중 구매까지 이어지는 상품은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나고 장바구니에서 저절로 사라진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과거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떠올린다. 그 경험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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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를 위하여>를 읽고 작가 서이제의 단독 작품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일상에 많이 스며든 새로운 문화를 잘 녹여내는 내용이 좋았습니다. 누군가의 수필이라고 해도 어울릴 일상소설이었습니다. 일상 속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고민을 반영합니다. 당신만의 고민이 아니니 다시 길을 찾아보자고 격려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낮은 해상도로부터>를 읽고 다시 격려를 받았습니다. 모든 소설에 밑줄을 쫙쫙 그어대며 읽었습니다. 어떤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 <위시리스트♥>(이하 위시리스트)를 골랐습니다.

 

위시리스트의 ‘나’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위시리스트에서 나는 장바구니 물건을 담습니다. 상품 상세설명, 리뷰 등을 꼼꼼히 살핍니다. 그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을 넣습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구매하는 물건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매하지 못하는 물건이 더욱 많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장바구니에서 저절로 사라집니다. 그러고는 다시 신중히 고려하며 장바구니를 채웁니다. 이 과정을 무한 반복하는 ‘나’는 길을 잃은 새 같았습니다.

 

‘나’의 장바구니는 ‘나’의 꿈입니다. 시간, 돈, 노력을 기울여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담아놓은 공간입니다. 다른 방법들과 비교해서 제일 유용해 보이는 방법들입니다. 실천하기 위해서는 시간, 돈, 노력을 다른 방법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일을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 일이 시간, 돈, 노력을 잡아먹습니다. 장바구니에 담은 구체적인 방법들이 귀찮고 짐짝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뭔가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일을 하는 이유가 사라집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시간, 돈, 노력이 조금만 필요한 방법을 실천합니다. 나머지 방법들과는 미련을 뚝뚝 흘리며 굿바이를 선언합니다. 그 선택이 꿈에 다가가는 길인지 아닌지 분간하지를 못하고.

 

길을 잃은 새는 과거를 떠올립니다. 자신이 공장에서 넣었던 하트를 떠올립니다. 자신은 수많은 하트를 러브콘에 넣었는데, 실제로 그 러브콘을 구매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자신이 직접 하트를 넣었고, 러브콘도 많이 사서 먹었는데도, 단 한 번도 하트 모양이 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듬뿍 넣어 고른 장바구니에서 제일 좋은 방법을 실천하지 못하는 ‘나’와 겹칩니다.

 

‘나’는 자신의 하트가 달린 러브콘을 발견할 순간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이 바램은 ‘현실 회피’가 됩니다. 하트를 마구 날리며 이것저것 시도할 시기는 지났으니 정신을 차리라는 조언과 함께. ‘나’의 하트를 더 이상 어느 곳에도 뿌리지 못하는 순간이 ‘평범한 생활’로 이어지는 ‘나’의 세상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문득 온라인 서점의 제 보관함이 떠오릅니다. 제목들을 보면 제 하트가 뛰는 방향은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푸시 광고와 타인의 추천에 따라 뒤바뀌는 제 장바구니는 과연 어디에 의미를 두는지 ‘나’처럼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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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서이제

2018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0%를 향하여』 『낮은 해상도로부터』가 있다. 2021년, 2022년 젊은작가상, 오늘의작가상, 김만중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