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줄평 : 청소년의

★★★★


표지를 보면 한 여성이 여러 권의 책을 괴고 있습니다. 3,4권 정도입니다. 여성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여성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다 읽고 난 뒤, 여성은 아마 울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깜깜한 세상에서 자신의 희미한 빛을 발견하고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았다는 기쁨에. 저도 울었습니다. 희미한 빛을 발견한 작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울게 만든 단편은 7작품의 첫 장을 장식하는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입니다.

 

그녀는 대학에서 강의를 합니다. 책을 한 권 출판도 했습니다. 그녀의 수강생 희원의 눈을 통해 책의 내용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책에서 용산을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그 묘사 속에 어른들의 대화, 신문에 보도되는 용산의 상황, 그녀의 동네로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과 말은 없습니다. 이 점은 영인문고에 있을 때의 그녀의 마음을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녀는 영인문고에서 영어 소설들을 읽으며 자신의 동네와 철저히 멀어집니다. 용산과는 다른 세상으로 빠져듭니다. 어른들의 일이 심각한 사안인 줄은 짐작합니다. 어른이 아닌 그녀가 어떻게 해 볼 도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무엇에 집중합니다. 그 세계에 끼어들 수도 없고, 끼어들기도 싫은 그녀의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이 대목에서 청소년의 무기력을 느낍니다. 청소년이 어른에게 어떤 사안에 대해 말을 한다면 어른들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요? 청소년과 토론을 해 주는 어른이 있기는 할까요? 어른들의 일에 함부로 끼어들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나요?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청소년은 의견을 말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고 믿게 됩니다. 그렇게 서서히 사회에 무관심해지고 능동적인 순종자로 변해갈지도 모릅니다.

 

교과과정에 조별과제, 조별토론은 꼭 들어가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와 조율해서 두루두루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는 과정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그 과정을 실생활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아기의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도 받아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소개

최은영

2013작가세계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장편소설 밝은 밤, 짧은 소설 애쓰지 않아도가 있다.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5, 8, 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