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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보다 일의 파이를 키우고 싶다.
우연히 소셜미디어에서 <시간불평등>이라는 제목을 봤습니다. 신선했습니다. 과거에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습니다. 주로 에세이 형식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책에서 자주 접했던 문장이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져 있다’라는 문장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 주어져 있으므로 다른 이들보다 배로 노력하며 계발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자주 읽다 보니 잠을 많이 자는 건가, 너무 쉬려고만 하나 생각하며 노동 이외에 꿈을 이루기 위한 무엇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늘 피곤했고, 잠시 쉬는 틈에는 불안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불평등하다니! 지금까지 믿어온 명제를 흔들리게 해서 읽었습니다.
책에서는 노동과 일을 구분하여 이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끝까지 읽었는데도 노동과 일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이해한 선에서 노동과 일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려고 합니다. 노동은 살아가기 위한 경제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입니다. 일은 경제적 구조를 벗어나 자신을 위해, 자신의 공동체를 위해 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해한 한도 내에서는 노동의 동기는 기본적 생활 유지이고, 일의 동기는 자발적 마음입니다. 그 비중은 엇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시스템 안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쪽은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자발적’이라는 표현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무엇을 발견해서 도전하라고 교육받습니다. 자발적 요소를 강조하는 교육입니다. 그런데 자발적인 무엇이 경제순환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 ‘게으르고’ ‘국가로부터 공짜로 얻어내려 한다.’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132쪽) 사회에 무의미한 사람이라고 낙인을 찍는 셈입니다. 자발적인 일보다 경제순환에 도움이 되는 노동을 해야만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람은 자발적인 무엇을 기본적 생활을 위한 노동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노동과 일의 경계가 허물어집니다. 노동과 일이 같다는 공식이 성립되는 셈이지요. 이 공식을 성립할 수 있을 때까지 사회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사회는 이미 돈을 매개로 한 경제순환이 기본적 생활을 위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개인이 돈을 벌고 쓰면서 생활을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이 순환이 잘 돌아가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 지표를 위해 복지제도를 마련하겠지요. 다만, 그 제도에서 개인의 일은 철저히 배제됩니다. 진짜 그 일을 하고 싶었다면 기본적 생활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진작 행동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일을 절실히 원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래서 자발적 마음과 상관없이 경제순환에 도움이 되는 노동을 하라는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시간은 노동을 통해 일을 실현할 수 있을 때까지 건강을 유지해 주지 않습니다. 시간제한이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일을 포기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사회는 한 주에 5일을, 하루 8시간 이상을 노동에 사용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잠을 줄여야 할까요? 아니면 휴식을 줄여야 할까요? 그렇게 하면 노동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요? 사회는 그렇게 하면 너무 힘드니까 네 일을 줄이면 된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요?
저자 소개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학 SOAS 교수.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의 공동창립자이자 현재 명예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제노동기구의 프로그램 디렉터, 유엔·세계은행 및 세계 각국 정부의 노동·사회 정책 자문으로 활동했다. 기본소득 논의의 최고 권위자로서 지난 30여년간 이론과 실험의 전면에 나서왔다. 최근에는 프레카리아트 계급이 겪는 불평등과 불안정에 주목하며 무조건적인 기본소득 정책과 공유지(commons), 그리고 숙의민주주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공유지의 약탈』 『불로소득 자본주의』 『기본소득』 『프레카리아트, 새로운 위험한 계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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