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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어려워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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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읽어본 적이 있나요? 저는 있습니다. 혼자서 독서기록만 남기다 온라인에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글쓰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공개한다면 더 좋은 감상문을 쓰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작법서라기보다는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 에세이에 가까운 책들이었습니다. 그 책들의 공통점은 글의 품질의 높고 낮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쓰고 퇴고하는 과정을 거치자는 내용이 골자였습니다. 다만 퇴고에 대한 방법을 뭉뚱그려서 설명하고 있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맞춤법을 확인하자, 문장 호응을 확인하자 같은 식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맞춤법과 관련된 책을 많이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교정·교열·윤문의 시작>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퇴고와 교정·교열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퇴고는 분량과 목차와 내용을 초점을 맞추고, 교정·교열은 글자 오류와 문장 호응 같은 법칙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교정·교열 과정은 1차, 2차로 나누어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도합 3차에 걸쳐 한 편의 책이 만들어지는데, 그걸 한 번에 하려고 했으니 당연히 어렵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위한 실용서입니다. 그만큼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습니다. 교정·교열·윤문이 어떤 작업인지 설명한 뒤, 바로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방법을 설명합니다. 책의 두께도 얇고 크기도 작아서 내 가방 속 사전 같은 느낌입니다. 책이 얇고 작다는 뜻은 담기지 않은 사항들이 많다는 방증일지도 모릅니다. 출판업 종사자가 타깃 독자인 만큼 기본 지식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로 오류를 범하기 쉬운 사례만 실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출판업 종사자들도 실수하는 사항이라면 일반인에게도 어려운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서와 함께 읽으면 활용도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오늘도 좋은 감상문을 쓰고 싶은 마음을 채우기 위해 책을 읽습니다.


저자 소개

이다겸

어릴 적부터 글을 읽고 씀이 취미이자 습관이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야행성 유전자가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단행본을 만나 교정, 교열을 포함한 윤문 작업을 해 왔다. 두서없는 글보다 무서운 건 두서없는 수정이라고 믿는지라, 여전히 내 글 열 장 쓰는 것보다 다른 이의 글 한 장 다듬는 게 더욱 힘들고 조심스럽다.
현재 궁편책 책임편집자이며, 최근작으로는 『바다의 노래』, 『밥상머리 인문학』, 『달항아리, 하양꽃으로 피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반복되어도 싱그럽다』를 비롯하여 작가이자 총괄디렉터로서 작업한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