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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지 않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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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초호화 빌딩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름에 이니셜 N이 들어가 있다는 점. 사건은 범인이 사실을 인정하면서 빠르게 종결된다. 아귀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그 사건에는 틈이 있다. 그 틈에는 모두 N을 위해 움직이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당신이라면 어떤 N을 구원할 것인가.


사랑해.’ 사랑을 표현하는 단어 중 최고봉에 올라 있는 말입니다. 이 표현을 뛰어넘는 표현이 또 있을까요? 사기를 치겠다는 의도를 숨기고 있지 않는 이상, ‘사랑해.’는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그러나 미안해.’라는 말처럼 사랑해라는 말도 수없이 반복되면 그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비유와 은유 같은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거고요. 더 멋지게, 더 예쁘게, 더 세련되게 전하려는 노력이지요. 사랑만이 아닙니다. 모든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내야 비로소 서로 주고받게 되므로 표현 없는 마음 특히, 사랑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N을 위하여>는 표현이 없는 사랑을 그립니다. 상대방이 알아채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을 담아 행동과 말로 마음을 주되 마음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 것. 이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N을 위하여>를 읽기 전에는 이것을 동정(또는 오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으니까 이 정도는 내게 아무 것도 해 주지 않더라도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다, 이런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도를 품고 행동하면서 사랑이라는 말로 그럴 듯하게 포장한다고 생각했지요.

 

그 형태가 전부가 아니라고 스기시타 노조미가 알려줍니다. 스기시타 노조미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변형된 사랑의 형태를 발견하게 됩니다. 오로지 사랑을 받는데 열중하는 형태, 상대방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형태, 무엇인지도 모르고 주고받는 형태, 풋풋하게 피어나는 형태, 벽에 둘러싸인 고립된 형태……. 독자의 시선에 따라 더 다양한 형태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소설에서 이 형태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유기적으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위에서 제가 동정이라고 생각했던 사랑의 형태도 얼마든지 사랑해.’로 대표되는 마음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스기시타 노조미는 트라우마가 깊습니다. 숨을 트게 해 준 사람이 있습니다. 섬에서의 그, 본토에서의 그. 두 사람이 있었기에 스기시타 노조미는 트라우마를 견디고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많이 고마웠을 겁니다. 그 마음을 담아 스기시타 노조미는 범죄의 현장에서 두 사람이 벗어날 수 있도록 말하고 행동합니다. 고마움이 사랑의 형태로 발현되는 순간입니다. 직접적인 사랑의 표현 없이 펼쳐지는 고백은 읽는 이로 하여금 애틋함을 느끼게 합니다.

 

언뜻 보면 살인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는 게 전부일지도 모르지만,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 보세요. 그들의 말 하나하나,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 모두 표현 없는 사랑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저자가 괜히 이 책의 등장인물을 사랑스럽다고 표현한 게 아닙니다.


저자 소개

미나토 가나에

2007년 단편 성직자를 발표, 29회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정식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첫 장편소설 고백을 출간하면서 일본 문단에 미나토 가나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고백은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치밀한 복선과 탄탄한 구성으로, 각종 미스터리 랭킹을 휩쓴 것은 물론, 6회 서점대상까지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며 일본에서만 350만 부가 판매되는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후 야행관람차, 왕복서간, 경우, 꽃 사슬, 백설 공주 살인사건, 여자들의 등산일기, N을 위하여, 조각들등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며 평단과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2013년에는 모성은 본능인가?’라는 파격적 질문을 던지는 소설 모성을 발표했다. 그녀가 스스로 작가를 그만두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말할 만큼 혼신을 다한 이 작품은 2022년 일본 인기배우 토다 에리카와 나가노 메이 주연으로 영화화가 될 만큼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