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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숨은 힌트
☆ ☆ ☆ ☆
줄거리
고게쓰는 경찰이 살인사건을 조사할 때 도와주는 조력자이다. 미스터리 소설 작가로서 힌트를 찾아내어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한다. 결과는 늘 성공이다. 그런 고게쓰를 돕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영매탐정 조즈카이다. 조즈카는 영혼을 느끼고 때로는 영혼에 빙의된다. 조즈카가 영혼을 통해 힌트를 제공하면, 고게쓰가 물질적인 증거와 논리를 구축해서 범인을 밝혀낸다. 영매 탐정×미스터리 소설가의 끝은?!
우연과 필연. 하루하루를 구성하는 것들입니다. 자, 여기서 문제입니다. 우연이 필연을 낳은 걸까요, 아니면 우연이 필연을 낳은 걸까요? 닭이 먼저냐 병아리가 먼저이냐는 질문처럼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이지요. 결국 보는 관점에 따라서 어느 한 쪽을 고르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생활합니다.
저는 우연이 필연을 구성한다고 보는 쪽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우연이라고 봅니다. 우연히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 세상의 법칙을 타인에 의해 배웁니다. 그 내용은 타인인 부모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입니다. 그것들을 의심 없이 몸에 익히고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우연히 인간으로 태어나서 우연히 타인의 배려로 습득한 생존방식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매일 만나게 되는 필연이 됩니다. 반드시 걸어야 하는 규칙이 정해져 있는 길을 걷는 셈이니, 필연을 습관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분합니다. 자신에게 보다 좋은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합니다. 관련 서적들도 많이 나옵니다. 그만큼 습관을 버리거나 들이기가 어렵다는 뜻도 됩니다. 습관을 바꾸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일상’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 하루에 책을 10분씩 읽겠다고 가정해 볼까요? 먼저 당신의 책상을 둘러보세요. 이미 노트북이나 컴퓨터 때문에 자리가 꽉 차 있지 않나요? 책상에 딸린 책장에는 책이 아니라 장식품이 있지 않나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닙니다. 책을 읽겠다고 다짐하면서 책을 꺼내볼 수 있는 우연을 만날 일상의 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도전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처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도 좋지만, 오롯이 독서에 집중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집안 환경을 무턱대고 바꿀 수 없어서 외부에서 독서를 대신할 공간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북카페나 스터디카페 같은 공간이 괜히 생길 리가 없습니다. 독서를 할 공간은 집과 도서관뿐인지 의심한 사람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우리 일상에 탐정은 없어요. 저건 이상하다, 이걸 생각해야 한다, 그게 수상하다, 앞장서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은 눈 씻고 봐도 없죠. 우리는 일상 속에서 뭘 생각해야 하는지, 뭘 눈여겨봐야 하는지, 우리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해야 해요. 뭐가 이상한지 모른다? 너무 사소한 문제라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럴 가치가 없다? 정말로?”히스이는 그 검지를 관자놀이에 대고 말했다. “탐정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우리는 명탐정의 시선을 가져야 해요.” 388쪽-389쪽
탐정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트릭을 풀어헤치기 위해서만 존재라고만 생각하지 않나요?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을 바꾸기 위해서도 필요한 존재입니다. 조즈카의 말처럼 탐정의 시선으로 집안을 둘러보세요. 당신의 집은 당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나요? 필요성은 없지만 집에는 있어야만 할 것 같아서 마련한 가구, 공간에 맞는다는 이유로 배치한 가구들, 컴퓨터 한 대로 꽉 차는 데스크 등. 이런 정보를 종합해서 현재 자신이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새로 들이려는 습관이 우연하게 생겨날 수 있도록 바꾸는 방법도 같이 고려합니다. 두 가지 모두 포기할 수 없다면 비중이 더 높은 쪽에 더 많은 공간을 할애하겠지요. 늘 겪는 일상적 공간을 의심해서 자신이 원하는 습관을 우연히 실천하게 될 확률을 높이고, 거듭되는 반복으로 필연(=습관)으로 만들어 버리는 셈이지요.
이 과정은 자기 자신에게만 적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타인이 될 수 없으니까요. 당사자의 과거, 현재, 감정, 생각, 마음을 파악할 수 없는데 타인에게 어떤 필연을 우연히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줄 수 있겠습니까? 만약 조성해 준다고 해도 당신이 타인에게 바라는 필연일 뿐입니다. 당사자가 원하는 바가 아니라면 오래 유지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당신이 변화하는 모습을 당사자에게 보여주는 쪽이 더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설명으로 들은 것보다 자신의 눈으로 본 것, 자신이 직접 얻으려 한 정보를 믿으니까요.(383쪽)
조즈카는 이런 일상 속 우연과 필연을 잘 활용하는 캐릭터입니다. 영혼을 통해 얻은 힌트를 최대한 일상 속에 녹여내어 고게쓰가 알아차릴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고게쓰는 그 힌트들을 발견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책을 마지막까지 읽은 뒤에야, 이것도 저것도 힌트였다는 놀라움과 직면합니다. 짜릿한 캐릭터 변화는 두말 할 필요없이 훌륭합니다.
저자소개
아이자와 사코
1983년 사이타마 현에서 태어났다. 2009년 《오전 0시의 상드리용》으로 제19회 아유카와데쓰야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1년 〈원시인 런어웨이〉가 제64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단편 부문)에, 2018년 《마츠리카 마요르 카》가 제18회 본격미스터리대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미스터리, 청춘소설, 라이트노벨 장르를 넘나들며 독자를 사로잡아왔다. 특히 2019년에 발표한 《영매탐정 조즈카》는 제20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본격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등 전무후무의 5관왕을 기록하며 일대 신드롬을 일으켰고, 기요하라 가야 주연의 TV드라마로도 제작되는 등 아이자와 사코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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