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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문학의 집에 내 방은 있을까
★★★
줄거리
쓰기. 쓰는 과정, 쓴 작품에서 의미를 찾는 여정을 그린다. 그를 위해 저자는 쓰는 행위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을 독자는 파악해낼 수 있을까? 독자도 작가와 함께 여정을 떠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여정이 ‘3-2 문학의 집’에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내게 와 어두워진 빛들에게>의 감상문에 표지만 보고 2권을 구입했다고 적었지요. 또 다른 1권이 바로 <영혼의 물질적인 밤>(이하 <영혼>)입니다. 나무가 빽빽한 숲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나무의 몸통은 아예 보이지 않고, 어렴풋이 보이는 나뭇잎의 형태를 통해 간신히 숲 속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숲은 마치 하나의 작품 같습니다. 독자는 작품을 끝까지 읽어야 비로소 보이는 하나의 주제-저자의 의도에 부합한다는 확신이 없지만-를 발견해냅니다. 그 때 느끼는 감정들은 숲속을 헤매다 길을 발견한 나그네의 심정 아닐까요? 저도 나그네처럼 <영혼>의 숲을 떠돌았습니다.
이 책의 핵심 챕터는 ‘3-2 문학의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의 비유에서 모티브를 얻어서(151쪽) 쓴 이 챕터는 독자가 적극적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를 탁월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학의 집에는 위대한 체류자가 있습니다. 위대한 체류자는 문학의 집에서 자신이 체류하는 곳을 하나의 방으로 만든 이들을 뜻합니다. 복도라든가 좁은 통로였는데 이들이 체류하면서 방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161쪽)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자신만의 방을 마련하는 모습을 적극적 독서에 빗대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독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사람에게 현실세계와 책을 읽는 자신을 분리하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책 속 가상세계는 저자가 컴퓨터가 되어 정밀하게 설계한 시스템입니다. 그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현실세계를 같이 운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가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겪는 정보들이 혼돈됩니다. 그 혼란을 방지하려면 책에만 열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독자는 책의 세계를 유영합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경험치가 다르기에 이해도와 공감대가 다릅니다. 그 의미를 인정하며 다양한 견해를 접하면서 자신만의 깊이를 더 깊게 형성합니다. 문학에게 자신의(독자의) 집에서 위대한 체류자의 자격을 주고 머물 수 있는 방을 줍니다.
그렇다면 독자도 문학에게서 방을 얻은 것일까요? 제 생각에는 아닙니다. 독자가 어떤 목적으로 책을 읽더라도 읽는 과정에는 독자의 경험이 투영됩니다. 그 경험이 문학 뒤에 있는 저자의 경험과 같지는 않을 것이며, 설령 비슷하다 해도 오롯이 알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독자는 그저 문학의 집에 있는 방문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네가 내게 한 이야기는 이런 거였다고 말하기 위해서. 여기서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메모도 하고 노트도 쓰니 문을 열어달라는 뜻으로. 그렇게 기다리며 찾은 의미에 의미가 덧붙어 방이 된 것이지요. 독자의 적극적 독서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신분, 위대한 체류자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문학과 독자의 사이에서는 결국 독자의 적극성만이 양쪽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그 적극성에 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시대 분석, 캐릭터 분석, 문단별 주제 요약이 포함된다는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객관적 분석이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뜻하는 걸. ‘국어에 정답이 어디 있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닫습니다.
저자 소개
이장욱
시와 소설을 쓰고 있다.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 『정오의 희망곡』 『생년월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천국보다 낯선』 『캐럴』, 소설집 『고백의 제왕』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트로츠키와 야생란』, 평론집 『나의 우울한 모던보이』 『혁명과 모더니즘: 러시아의 시와 미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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