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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그대의 오락서는 어떤 장르인가요?

★★★


학생 시절, 교과서를 제외하고 즐겨 읽었던 책의 장르는 판타지 소설과 만화책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활자와 친해졌습니다. 지금도 다시 읽고 싶어지는 그 때 그 소설이 떠오릅니다. 예를 들면 퇴마록, 아린 이야기 같은 소설이요. 독서를 소홀히 하지 않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국어 수업에 따분해하던 제게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기에 참 고마운 경험입니다.

 

그런데요, 인생에 도움을 주는 책을 읽으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반항심이 생겼습니다. 당신들이 킬링타임용으로 생각하는 이런 장르에도 사랑, 우정, 청춘처럼 다양한 감정이 녹아 있고, 삶의 이정표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그 기분을 <독서의 기술>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저자는 독서법을 꽤 구체적으로 서술합니다. 독서 단계를 4단계로 나누고, 그 중에서도 분석 독서에 힘을 싣습니다. 분석 독서(적극적 독서)를 통해서 필자와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성립된다(16)고 말합니다. 저는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작용하는 장르를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소설을 읽는 방법을 4(180-184)으로 끝내더라고요. 문학 작품에서 의의를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도 합니다. 왜냐하면 문학은 예술 작품이고, 예술의 목적은 그 자신 외에는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184) 그렇다면 소설을 분석 독서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걸까요? 아니면 저자는 순수 문학과 그 외의 문학(오락서?)을 나누어서 생각하는 걸까요? 이 궁금증이 책을 읽는 내내 저를 괴롭히더군요.

 

문제집 풀이를 떠올려 보세요. 답을 고르려면 지문을 이해해야 합니다. 출제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입니다. 지문의 종류는 무엇이 있나요? 만화, 짧은 글, 긴 글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형태가 참 다양하지요? 이렇게 다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살아가려면 수많은 지문을 상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지문에 오락서를 빼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오락서가 나쁠 것은 없지만 독서법을 적용하여 읽을 필요는 없다고(214) 하는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겠더군요. 저자가 말하는 오락서는 어떤 장르일까요? 요즘 소설은 복잡한 등장인물의 관계, 시점 혹은 시간대를 바꾸며 나아가는 전개 방식이 적용되어 그야말로 분석 독서가 필요한 장르입니다. 심지어 사회적, 도덕적 의미를 묻기까지 합니다. 순수 문학 이외의 장르를 단순한 오락서로 분류하기에는 아깝습니다. 개인의 경험에 빗대면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오락서에도 적극적 독서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이 의문을 제외하면 <독서의 기술>은 독서법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학에 입문할 때 늘 등장하는 <수학의 정석> 같습니다. 이 책의 분석 독서법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독서법을 개발하기에 충분합니다. 어떻게 책을 읽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분에게 추천해요. 다만, 꼭 서점에 가서 한 번 펼쳐보고 구매를 고려하세요. 꼭이요!!


 

저자소개

모티머 애들러

미국 대중을 상대로 인문학 교양 보급에 힘쓴 철학자이자 저술가. 1902년 뉴욕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 교수를 거쳐 시카고대학교 법철학 교수를 역임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편집장과 애스펀 인문학연구소 고문을 지냈고, 1952년 미국철학협회를 설립했다. 지은 책으로 독서의 기술, 개념어 해석,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열 가지 철학적 실수Ten Philosophical Mistakes, 여섯 가지 위대한 관념Six Great Ideas, 신에 관해 생각하는 법How to Think About God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