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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표본인가요?
줄거리
사원색을 볼 수 있는 루미. 루미는 ‘색채의 마술사’로 불린다. 루미는 후계자를 정하려고 한다. 어렸을 때,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공간에 아이들을 모은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그림 스타일을 지녔다. 아이들은 루미와 무엇을 교류할 것인가. 루미를 표본으로 삼아 미적 감각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표본이 되어 틀 안에 고정될 것인가.
제목 <인간 표본>을 보고 여러분은 무엇을 떠올리셨나요? 저는 ‘곤충 표본’을 떠올렸습니다. 사람을 형태로 만들어 보존 처리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싹했습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 뜻풀이를 보면 ‘본보기를 삼을 것’이라고도 풀이되어 있습니다. 일본어 사전 뜻풀이를 봐도 같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제목은 인간을 표본으로 삼아 본받을 것인지, 인간을 표본으로 삼아 틀 안에 고정시킬 것인지 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표본을 만드는 과정을 상세히 다룹니다. 테마를 정하고, 테마와 어울리게 대상을 분해하고, 약품을 더해서 고정합니다. 그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 표본은 테마를 바르게 표현해내지 못합니다. 역할을 잃은 셈입니다. 인간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여기 자신을 표본이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부터 살펴보지요.
A는 스스로를 틀 안에 고정된 표본이라고 말합니다. 어릴 때 자신이 여유로운 언행을 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사회적 구조 속에서 잘못된 길을 밟으려고 할 때마다, 틀이 작동하여 어긋나지 않도록 지켜주었습니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틀이 낡아서 틈이 생겼다고 칩시다. 틈새로 본 바깥은 동적인 사회입니다. 규칙이 끊임없이 바뀌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합니다. 기존의 질서를 바꾸면서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한 명도 걸어보지 않은 길이기에 위험도가 높습니다. 실제로 위험에 빠지는 사람도 나옵니다. 그 때, 틀 안의 사람은 완충재가 되어 줍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도움을 줍니다. 틀 안에 고정된 사람에게도 역할이 있는 셈입니다. 자신은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표본이라고 A는 말합니다.
B는 어떨까요? B는 자신이 표본이라고 말합니다. B가 되고 싶은 표본은 다른 이와 시작을 함께하는 표본입니다. 자신의 역할이 분명하고, 역할을 수행하며 높은 자존감을 유지한다고 해도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마음이 곤두박질치는 순간이 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감정을 다스리며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요? 그 방법이 통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감정을 누르고 역할을 수행하려고 노력하다 자존감이 더 낮아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그 사람에게 자신의 궤적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궤적이 정답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막막할 때 이렇게 시작해 보면 어떨지 생각해 보라는 신호입니다. 한 가지 방식을 실천하다 보면 무엇을 탐하고 무엇을 양보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기준이 분명해집니다. 자신의 장점을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시도해 볼 수 있는 선택지도 늘어납니다.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자존감이 조금씩 자라납니다. 즉, 누군가의 궤적은 한 사람에게 선순환의 시작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자신은 그런 표본이라고 B는 말합니다.
A와 B의 이야기는 틀 안쪽 사람, 틀 바깥의 사람이 서로 도우며 삶을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전까지, 판단의 기준은 어른의 기준입니다. 아이는 어른을 ‘표본’으로 삼으며 자랍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부모는 보호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이의 판단’을 배제하고 부모가 ‘아이를 위한 판단’을 하는 사례, ‘NO라는 선택지를 주지 않고’ 부모의 판단을 강요해 놓고 아이가 판단한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175-176) 아이가 어른의 ‘표본’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입니다. 즉, 인간은 늘 표본으로 존재한다고 무방하겠지요. 다만, 단어 ‘표본’의 어감이 자유를 속박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표현하는지도 모릅니다.
자, 이제 여러분의 관계를 파악해 보세요. 자신이 상대에게, 상대가 자신에게 어떤 표본인지 관찰하세요. 어떤 사람과 있을 때 어떤 표본이 되는지 파악해 보세요. 어떤 점이 부족한지, 어떤 점이 자신의 강점인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표본으로 섬길 관계와 표본이 되어줄 관계를 구분하는 것. 그것이 당신이 언행을 선택하는 첫걸음입니다.
저자 소개
미나토 가나에
1973년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났다. 첫 장편소설 『고백』은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치밀한 복선과 탄탄한 구성으로 각종 미스터리 랭킹을 휩쓸며 ‘미나토 가나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제6회 서점대상을 수상한 『고백』은 지금까지 350만 부 이상 판매되며 한순간 유행하는 베스트셀러를 넘어 일본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속죄』 『N을 위하여』 『야행관람차』 『왕복서간』 『꽃 사슬』 『백설 공주 살인사건』 『모성』 『리버스』 『유토피아』 『일몰』 『조각들』 등이 있다.
인간 내면의 어둠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이야미스(꺼림칙한 미스터리)’ 장르를 개척해 일본 미스터리의 지형을 바꾼 미나토 가나에. 데뷔 15주년 기념작 『인간 표본』에서 작가는 그간 쌓아온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논쟁적 소재를 타협 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밀도 높게 풀어낸 『인간 표본』은, 인터뷰에서 “작가로 살아온 15년 동안 가장 재미있는 작품을 써냈습니다”라고 밝혔듯 ‘미스터리의 여왕’ 미나토 가나에 문학 인생의 정수를 담아낸 진정한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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