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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미용실> -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건

umiearth 2025. 2. 23. 09:37

 

한줄평: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건

☆ ☆ ☆ ☆


줄거리

찬서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죽는 현장을 목격한다. 그 뒤로 가해자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경찰이 된다. 가해자가 출소하는 시기에 맞추어 경찰을 관두고 무산으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로라미용실에서 머물게 된다. 로라미용실에서 탐정으로 일을 하며 여성들을 돕게 된다. 주로 남성의 가스라이팅에 구속된 여성들이다. 찬서는 경찰로 일을 하며 법이 가해자 남성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에 법에 호소하지 않고 직접 남성 가해자에게 사적 복수를 한다. 동시에 자신의 사적 복수를 위해 어머니를 죽인 가해자의 아들이 운영하는 가게의 동향을 살핀다. 찬서는 과연 복수에 성공할 것인가?


교제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오랜만에 들른 오프라인 서점에서 발견한 책표지에 적혀 있는 문구입니다. <로라 미용실>입니다. 요즘 국내에서 자주 출간되는 힐링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집어 들었는데 그 한 문장이 꽤 강렬했습니다. 당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데이트폭력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했던 시기였습니다. 데이트폭력이 발전한다면 교제살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과정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인상 깊었던 대목은 찬서가 경찰로 일을 하다가 관두는 대목입니다. 경찰은 법을 근거로 해서 피해자를 돕는 직업입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구출하고 가해자를 처벌합니다. 기본원칙입니다. 찬서는 기본원칙이 데이트 폭력과 교제살인이라는 죄 앞에서 제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를 보지 못합니다. 법은 가해자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합니다. 설령 벌을 준다고 해도 솜방망이 형식에 불과합니다. 찬서는 경찰로서 법률 안에서 피해자를 구하는 데 한계를 절실히 느낍니다. 결국 경찰을 관두고 무산에 내려갑니다.

 

찬서는 어렸을 때 교제살인으로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찬서는 법률 안에서 가해자에게 벌을 주려고 경찰이 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가족으로서 법률로 가해자에게 제대로 벌을 주려고 경찰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환멸만을 느끼고 그 방식을 버리게 된 셈입니다. 찬서는 로라 미용실에서 탐정으로 일을 구하며 데이트 폭력 상황에 놓인 사람을 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법에 호소하지 않습니다. 직접 가해자에게 벌을 내립니다. 처음 법에 호소했지만 법이 들어주지 않았던 경험이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어쩌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현상을 염려하는 시선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법이 만들어진 이유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법률은 죄를 지은 자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선이 있습니다. 그 선을 벗어나면 너에게 이렇게 벌을 주겠다고 경고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런데 법률을 벗어난 방법으로 벌을 준다면 법을 제정한 의미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법률 개정을 추구하여 절차를 밟아 사회 전체에 도입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더 낫다고도 말합니다. 절차를 무시한 사적복수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바꿀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선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런데 법을 바꿔달라고 연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준 적이 있었나요? 사람들이 처음부터 사적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법에 말합니다. 저 사람이 이런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합니다. 법이 처벌해 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벌을 제대로 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이미 규정된 법률의 처벌도 약한데,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의 벌을 줍니다. 그러면 가해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법의 강도가 생각보다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법이 경고의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면 데이트 폭력과 교제살인을 저지르면 진짜 큰일이 난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처벌이 약하고 죄를 아예 묻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을 봤을 때, 법이 경고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걸까요? 회의적입니다.

 

법률 바깥에서 사적복수를 하는 행위는 분명 피해자가 순식간에 가해자로 바뀌는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사적복수를 다짐하며 움직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법률 내에서 벌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면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법률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고 연대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절차를 밟아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은 지금도 많습니다. 그 목소리를 법이 외면해 오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가해자가 되려는 피해자는 없습니다.


저자소개

박성신

매일 강아지 두 마리와 산책하는 사람.

영화, 드라마, 소설을 넘나들며 재미와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처절한 무죄로 제1회 대한민국 콘텐츠공모전 최우수상, 30으로 제1회 갤럭시탭 삼성문학상 대상, 텔로미어로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3의 남자』 『살변의 창』 『로라미용실, 앤솔러지 방과 후 복수활동』 『위층집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