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 - 사랑스러운 킬러
2018년 일본 서점대상 노미네이트
한줄평: 사랑스러운 킬러
★★★★
줄거리
풍뎅이는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킬러로 일을 하면서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떳떳한 가장이 되기 위해 킬러를 그만두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중계업자의 돈이 더 필요하다는 말에 킬러로 계속 일하는 처지입니다. 과연 풍뎅이는 당당한 아버지, 남편이 될 수 있을까요?
장과 장을 구분하는 속표지에는 똑같은 표정에 똑같은 옷을 입고 정면을 바라보는 남자들이 가득한 그림이 있습니다. 그 틈에 다른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과 다르다는 인상을 줍니다. 풍뎅이는 평소에는 다른 사람처럼 출퇴근을 하며 가족과 생활합니다. 그러나 의뢰가 들어오면 무자비하게 타깃을 제거하는 킬러가 됩니다. 이 틈을 잘 표현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킬러로 일을 할 때는 거침없는 풍뎅이입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순순하고 고분한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특히, 아내 앞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내가 좋아할 만한 대답, 행동을 합니다. 눈치를 보는 행동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눈치를 본다는 말은 부정적 의미로 쓰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만큼은 긍정적 의미로 탈바꿈 합니다.
가쓰미는 아버지 풍뎅이가 죽은 뒤, 우연히 노트를 발견합니다. 그 노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1. “왜 화났어?” 하고 물어봤을 때 “별로 화나지 않았어.”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화가 나 있다.
2. 상대방의 이야기에는 늘 요란하게 맞장구를 쳐 줘야만 한다. 아주 심각한 경우가 아닌 한 오버 리액션으로 화내는 일은 없다.
3. 직접 만든 요리는 어떤 맛이든 한 입 먹고 그만두면 안 된다.
마치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적은 글 같습니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아내입니다. 아내의 마음, 행동을 분석한 내용을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취급 설명서 같은 느낌입니다. 풍뎅이는 왜 이런 노트를 썼을까요?
풍뎅이는 젊은 시절부터 킬러로 일했습니다. 킬러는 다른 동료에게도 살인을 당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누구 한 명도 믿을 수 없지요. 우정, 사랑, 동정 같은 감정은 일을 할 때 방해되는 요소이므로 배제했을 겁니다. 당연히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관계를 어렵게 느꼈겠지요.
자신은 킬러 업계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인식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아내. 그 아내를 몹시 아끼지만 풍뎅이는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노트를 작성한 것입니다. 이럴 때는 이렇게, 그럴 때는 저렇게. 풍뎅이 나름대로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한 방법을 찾아서 노력했다는 뜻입니다.
그 노력이 극성을 부리는 모습처럼 느껴지시나요? 제 눈에는 사랑스럽습니다. 저자는 아내 앞에서 풍뎅이의 마음을 자주 묘사합니다. 매뉴얼까지 만들며 아내의 행동과 말에 자신이 어떻게 해야 아내가 좋아하는지 짐작하는 마음을요. 사랑과 배려의 결정체 같습니다. 킬러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풍뎅이를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변모시키는 소설이었습니다.